뜰안에 달빛

하늘도 산도 사찰도 눈에 덮히여..

뜰안에 달빛 2022. 12. 5. 18:55

새벽에 싼뜻한 옷차림을 한 우리 부모가 보였다

다 돌아가셨는데 허공에서 하시는말씀

우리스님이 평생 잠 한번 푹 자보지 않았는데 옅에 스님이 돌봐주십시요

우리는 부모역할이 이생에 마지막입니다.

그러면서 저쪽 가 하늘로 가시는 거였다

맑은 잠에서 깨어나 부랴 부랴 서울역으로 갔다.

익산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렷을 쩍으로 돌아가거라" 벼락치는 소리가 들려 감짝 놀라 눈을 떴다.

그러면서 어느 남자분을 따라 가라고. 천안에서 따라 가다 놓쳤다

기차를 다시 타야 되나  차라리 기차가 떠나가길 바랬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마침 아는 스님이 천안에 주지한다고 놀러오라고 해서

꿈에 가봤기도 해 그 절을 가보기로 했다.

한 택시는 못간다하고 한택시는 가자고 하여 어떻게 가려나 하니

네비게션보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택시를 대절하여 산골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절에 왜 가세요. 무섭지 않아요"

" 절인데 뭐가 무서워요"

다 왔다고 내려준 곳은 어렴푸시 보이는 큰 물통에 두 동자가 그려져 있었다.

기사는 잔돈은 받지 않고 부리나케 정신없이 내려가는 것이다.

꿈에 주지가 내려다 보는 층층계가 눈에 들어왔다.

도량에 들어서서 합장배례하였다

어서오십시요 하듯  풍경이 댕그랑 울리었다.

법당에 향하나 올리고 삼배하고나서 나와 나한전을 보니 불사중이라 수선하여 바깥에서 삼배하고

삼성각은 서서 삼배하고 나니 웬 길이  있어서 들어가 보니

삼존불이 모셔져 바닥이 흙이라 서서 하겠습니다."하고 삼배하고 나와보니 요사채가 나왔다.

 

'"객중 문안드립니다"

요사채 건너편에서 보살 한분이 나오더니 

"아이고 스님 이 시각에 어떻게 오셨습니까"

"택시로 왔습니다."

"큰방은 차거우니 일루오세요" 뒷방으로 안내한다.

아침에 보살이 방으로 와서 나에게 묻기를

"어제 온 시각이 몇시쯤인지 알고 오셨어요. 굴법당엔 다녀오셨어요."

"예 한 7시됐을건데요 굴법당은 참배했죠."

"보이든가요." "어렵프시 보였어요."

"스님 오신 때가 새벽 1시 넘었어요."

그래서 택시기사가 부리나캐 내려갔구나.

내 눈에는 해 넘어간 시각으로 보인것은 뭐일까.

그리고 볼일이 있다면서 보살은 내려가고

주지한티 전화하니 3일 후에나 내려간다고 한다

부엌을 가 보니 밥통에 누런밥은 언제쩍 밥인지

냉장고 속엔 김치만 있고 반찬꺼리는 없었다

어찌 밥한 술 뜨고 나오니 흰 꽃이 한 두 장 허공을 수놓는다

 센치하게 느껴졌다

사시공양을 올리고 허공은 좋아라 한 기분을 맞춰진듯 눈발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식사를 하러 부엌을 가려다 보니 어디가 부엌으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북하게 눈이 내렸다.

가까스로 쓸고 부엌에 볼일을 보고 문을 열으니 도로아미타불!

눈은 더욱 더 쌓여 있었다.

강원도 오세암이 떠올랐다.

식사해결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으나

쉼이 없는 눈은 시종없이 내리는 시점에서 겁이 덜컷 날 뿐이다.

 

보살의 전화는 눈이 많이 와서 절에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얼마되지 않아 산인 즉, 절 지붕인 즉, 분간 못할 지경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되였다.

이렇게 오는 눈이 녹을 양 치면 언제일지도 가름하기 어렵고

할 수 없이 119를  불러야겠다는 결론을 지었다.

119의 구조가 시작되여도 3시간 후에야 날 발견했다면서 휴폰을 켜놓라고 연락이 왔다.

나 생 이렇게 눈이 많이 온 예는 장성 살때 말고는 이번이 첨이였다.

얼마 후에 두 구조대원이 도량에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 가만히 계세요" 

구조를 기다렸던  마음에 안도가 되였다.

그리하여 산을 내려 오는데 아 이게 뭔일인가

오늘이 초하루날이라고 불공하러 올라오는 신도 한분이 운동화를 싣고 있었다. 태연하게 말이다

나는 119를 부르고 요란을 떨었는데 운동화차림이라니...

가서 불공을 해야는게 아닌가!

헌데 구조를 청해 놓고 돌아가라고 하기가 또 예의가 아니여서

하산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산하니 회장님 부회장님이 차를 대 놓고 있었다.

"스님 눈 때문에 못 올라가서 죄송해요."

하며 식당에 음식을 시켜주며 단화 양발을 손수 골라주며

"부회장보살님댁에서 쉬세요."

따라간 보살님댁에서 식사를 하고

아침에 나가면서 "오늘 손님이 오시니 맞이 하세요."

'남의 집에 손님을 내가 맞이 하라는 건가.'

방에 누워있는데 머리막에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보살이 되었느냐"

"다시 한번 나라를 세울 의향이 없느냐"

난 그 말에 끄달리지 않으려고 마음을 모았다.

반응이 없는 나를 보고 한참을 울더니 " 행복하세요"

하시면서 일어나 가시는 거였다.

그래서 대문밖을 향해 "안녕히 가세요."

한참이나 시각이 지나고 보살이 대문에 들어서자 마자 하는 말

"손님 왔다 갔어요?."

영적인 손님을 손님이라니 ...

"예"

"뭐라 하든가요."

"아무말 안했어요."

"그러더니 울다가 '행복하시라'고 하곤 가던데요."

알고 보니 이 집안이 민씨 집안이였다.

민씨하고 나하고 뭔 관계라도 있나....

난 김해 김가인데....

나보고 조상이 쓰던 찾잔을 가져가 쓰시라는데

난  물려줄 자식도 없으니 보살이 쓰시라고 사양했다.

대신에 긴 포그와 차수저를 가져왔는데 이사할 때 분실됐다.

그러면서 방에 농이고 단스고 왕자 부족을 다 떼라고 했다

왕자를 붙힌다고 왕이 되느냐...

보이지 않은 영의 대화를 들었지만 이 집안과의 인연이 있었든 갑다.

남자는 씨를 바꾸지 않고 태어나고

여자는 씨를 바꾸어 태어나는 것 같다.

 

 

(우리 외 고조할아버지는 여산 송씨이신데 고종황제 지관이셨다고.)

 

*섣달그믐날 블로그에 올린 내용이다

종식되는 바람에 다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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