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침묵의 그림자
뜰안에 달빛
2020. 12. 5. 21:06
김장영
누구신가요 당신은 언뜻언뜻
댓잎 바람소리로 기척하는
그림자 하나
출발도 마지막 종착점도 알 수 없지만
인적 끊긴 샛길의 적요 속에서는
포릉포르릉 나는 맵새와도 갸웃이 눈맞추며
머물다 간 자리엔 꽃향내가 역력히 배어 있습니다
밤이 깊으면 산등성이 넘어
후미진 궁촌까지 홀로 걷게 하고
남루도 보배인 양 오두막 처마 끝에
또랑또랑 빛나는 뭇별들을 안겨 주시더니
눈 덮인 겨울 숲이 당신에겐
흰 꽃이 만발한 봄 동산이듯
인고의 세월도 대망의 푸른 날들이었음을
아아
이토록 늦게야 만상을 비추어 보이시는가
가없는 사랑으로
꿈틀거리는 모든 생령들을
가솔처럼 서로 더운 손 맞잡게 이끌어
물살도 한 구배 뜨는 여울목까지
침묵으로 동반하여 주시는
당신은 대체 누구의 외로운 그림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