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멋진 사람
멋진 사람
海眼 선사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어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잎에 손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랑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한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에 길 가다 술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아예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 故 해안스님은 부안 내소사 부속 암자인 지장암 (서래선림)에서 주석하시며
고구정녕히 납자를 제접하셨다.
그 당시 건물은 하나도 없어 섭섭하다.
river 라오스- 루앙프라방
왓센- 창가에 학생스님
우스운 일이 생겼다.
스님의 시를 어떤 사람이 자기가 쓴 것처럼 공개했던 것을
스님의 상좌가 보고 말씀드렸다.
"본인이 지은 것이 아닌데 본인이름으로 신문에 올렸대요 어찌 할까요"
스님이 말씀하셨다.
"누구 이름으로 올렸던간에 글만 읽으면 됐지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한가"
相없는 스님답게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다.
시가 좋더라도 결례가 되지 않도록 지은이의 이름을 밝히고 올렸음 좋겠다.